여행 계획을 세우다 보면 이상한 일이 자주 생깁니다. 처음에는 “여기만 가자” 하고 시작했는데, 검색하고 저장하고 추천 리스트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일정표가 꽉 차요. 그때부터는 동선보다 더 큰 문제가 생깁니다. 바로 우선순위가 없는 일정이에요. 우선순위가 없으면, 이동은 최적화해도 여행이 피곤해지고 만족도는 떨어집니다.
1화에서 동선 최적화를 다뤘다면, 이번 7화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번 글은 “어떻게 움직일까”가 아니라,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까에 대한 글이에요. 일정 설계의 핵심은 추가가 아니라 제거입니다.

핵심은 욕심이 아니라 ‘기준 부재’다.
일정이 과해지는 이유는 단순히 욕심 때문이 아닙니다. 대부분은 기준이 없어서 그래요. 기준이 없으면 좋은 장소를 ‘추가’할 이유는 계속 생기고, ‘삭제’할 이유는 생기지 않습니다. 게다가 SNS나 후기 글은 대부분 “많이 간” 일정이 더 그럴듯해 보이죠. 결국 일정표는 점점 빽빽해지고, 여행 중에는 “시간이 없어서 대충 보고 나온” 장소가 늘어납니다.
우선순위 없는 일정의 특징은 딱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일정표에 있는 장소들이 모두 같은 중요도로 보입니다. 둘째, 문제가 생겼을 때 무엇을 포기해야 할지 결정이 안 됩니다. 이 상태에서는 동선 최적화를 해도 피곤함이 해결되지 않아요.
A(필수) / B(선택) / C(버려도 됨)로 나누면 일정이 안정된다.
여행 일정은 ‘리스트’가 아니라 ‘구조’로 짜야 합니다. 가장 간단하고 강력한 방법이 3층 구조입니다.
- A(필수): 이번 여행에서 꼭 해야 하는 것. 3개 이내 추천.
- B(선택): 해도 좋지만 상황에 따라 뺄 수 있는 것. 3~6개.
- C(후순위): 시간이 남으면 하는 것. 혹은 다음 여행으로 미루기.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A를 3개 이내로 제한하는 것입니다. A가 6개가 되는 순간, 사실상 아무것도 필수가 아니게 됩니다. 짧은 일정(2박3일·3박4일)일수록 A는 더 적게 잡는 편이 훨씬 여행을 편하게 만들어줍니다.
‘시간 대비 만족도’를 기준으로 A를 뽑아야 한다.
A(필수)를 고를 때는 “유명하니까”보다 더 현실적인 기준이 필요합니다. 저는 보통 아래 세 가지로 판단합니다.
- 유일성: 여기 아니면 대체 불가능한 경험인가?
- 체류 가치: 60~90분 이상 머물 가치가 있는가?
- 이동 비용: 왕복 이동이 과도하지 않은가?
예를 들어 ‘전망대’는 유명하지만 대체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특정 시장, 특정 공연, 특정 음식 경험처럼 대체 불가능한 항목은 A로 올리기 좋습니다. 핵심은 “시간을 쓰고 나서도 후회가 덜한가”입니다. 이 기준이 있어야 일정이 흔들릴 때도 결정을 빠르게 내릴 수 있어요.
삭제는 아쉬움이 아니라 ‘여행을 지키는 장치’다.
이제 일정에서 무엇을 버릴지 기준을 세워보겠습니다. 아래 5가지 중 2개 이상 해당되면 B 또는 C로 내리는 것이 좋습니다.
- 비슷한 경험이 이미 일정에 있다(중복).
- 왕복 이동이 60분 이상 걸린다(이동 과다).
- 체류 시간이 20~30분 수준이다(스쳐가기).
- 비 오거나 늦어지면 대체가 어렵다(리스크 큼).
- “그냥 유명해서” 넣었다(동기 약함).
특히 2박3일 일정에서는 ‘스쳐가기’ 장소가 많아질수록 여행이 힘들어집니다. 짧은 일정일수록 한 곳에서 머무는 시간이 만족도를 올립니다.
예비 일정은 ‘추가 리스트’가 아니라 ‘대체 카드’로 써야 한다.
일정이 무너지는 순간은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비가 오거나, 이동이 지연되거나,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순간이죠. 이때 필요한 게 ‘옵션 박스’입니다.
옵션 박스는 “시간 남으면 가는 곳”이 아니라 “상황이 꼬이면 교체할 곳”입니다. 예를 들면 야외 명소가 비로 불가능해질 때 들어갈 실내 코스(전시장·백화점·카페거리) 같은 대체 카드를 준비해 두는 거예요. 옵션 박스가 있으면 일정이 꼬여도 불안이 줄어듭니다.
‘장소 합의’보다 ‘기준 합의’가 먼저다.
여행에서 의견 충돌이 생기는 이유는 장소 취향이 달라서라기보다, 기준이 달라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는 “많이 보는 여행”이 좋고, 누군가는 “여유로운 여행”이 좋죠. 이때 장소를 하나하나 협상하면 끝이 없습니다.
해결은 간단합니다. 먼저 기준을 맞추는 거예요. 예를 들어 “하루 이동은 2구역까지만”, “A 일정은 3개까지만”, “저녁은 무조건 여유 있게” 같은 룰을 정하면 장소 선택이 훨씬 쉬워집니다. 기준이 정해지면 의견 충돌이 줄어드는 이유는, 선택이 감정이 아니라 구조가 되기 때문입니다.
좋은 일정은 많이 넣은 일정이 아니라, 버릴 준비가 된 일정이다.
여행 일정은 ‘추가’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제거’로 완성됩니다. A/B/C 구조를 만들고, 제거 기준을 세워두면 일정이 흔들려도 불안하지 않습니다. 1화에서 동선을 다뤘다면, 7화는 그보다 한 단계 위의 이야기입니다. 동선은 “효율”을 만들고, 우선순위는 “만족”을 만듭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우선순위를 실제 예산과 연결해서, “예산이 무너지는 구조적 원인”을 다뤄보면 딱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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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예산 계산 방법 – 우선순위를 세웠다면 이제 실제 예산을 계산해보세요.